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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세계화에 허브가 되고 싶다” 베테랑 영화프로듀서 3인방이 WCNA 만든 이유 [인터뷰]

“세계는 K콘텐츠를 궁금해하고 있어요. 그걸 같이 키워 나가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합니다.”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 등을 프로듀싱한 박태준PD와 ‘감시자들’ ‘검은사제들’ ‘브로커’ 등을 함께 한 송대찬PD, ‘고요의 바다’ 등에 참여한 조영욱PD. 각각 버디필름, 영화사테이크, 스토리지 대표이기도 한 세 베테랑 영화 프로듀서들이 한 데 뭉쳤다.이들은 K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WCNA(World Contents Network Agency)라는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그간 국내 투자사들에 한정돼 있던 K콘텐츠의 투자를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한편 해외 제작사들과 IP를 활용한 공동 제작, 현지 배급을 추진하며 해외 콘텐츠들의 한국 프로듀싱 유치를 도모하기 위함이다.이미 해외에선 PSN(Production Service Network) 같은 프로듀서 에이전시들이 활발히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한 일들을 하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헝가리 로케이션 등 K콘텐츠의 해외 촬영뿐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인터스텔라’ 등도 PSN과 협업했다. PSN은 지난해 말 WCNA와 협업을 논의하려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박태준PD는 “2019년 한국영화를 비롯해 K콘텐츠가 정점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라는 홍수가 왔다. 물이 넘쳐서 다들 흘러가는데, 우리 같은 개미들이 뭉치면 조금은 안전하게 떠내려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땅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논의했던 게 시발점이었다”고 WCNA 시작을 소개했다. 고민은 오래 됐다. 많은 프로듀서들이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지만 국내에선 투자가 안돼 사장되는 것이 너무 많다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었다. 박PD는 “좋은 IP가 투자가 안돼 그냥 사장되기 보다 해외에서 돈을 끌어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현재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졌을 뿐더러 제작시스템에도 관심이 커졌기에 우리가 해외와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침 박PD는 ‘설국열차’ 등을 프로듀싱했기에 글로벌 협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던 터다. 송대찬PD는 “시나리오를 그냥 번역하는 게 아니라 영화언어로 그 나라에 맞게 번역하는 것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계약 과정도 한국과 차이가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러브콜이 와도 그걸 개개인이 다 했는데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고 밝혔다. 송대찬PD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영화 ‘브로커’에 기획부터 참여했기에 그렇게 쌓은 노하우가 상당하다. 조영욱PD는 “제가 시나리오 등에 노하우가 있고 두 분은 프로듀싱, 해외와 협업 등에 특장점이 있다”면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뭉쳤는데, 현재 해외와 협업을 논의 중인 프로젝트가 벌써 15개 가량 된다”고 전했다. WCNA 협업 스태프로 ‘기생충’ 홍경표 촬영감독, ‘수리남’ 고락선 촬영감독, ‘킹덤’ 김태성 촬영감독을 비롯해 ‘오징어게임’ ‘아가씨’조상경, ‘기생충 ’최세연 의상실장, ‘기생충’ 등을 영어번역한 달시 파켓, ‘별에서 온 그대’ 일어번역을 맡은 김연이, ‘아가씨’ 김은주 등 쟁쟁한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글로벌 연결고리를 WCNA가 맡는 만큼,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송대찬PD는 “K콘텐츠의 네트워크 허브가 되고 싶다. 현 상황에서 한국시장만 기다리고 바라보면 안된다. K콘텐츠의 투자와 마켓을 전세계로 확장시켜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해외 마켓에 알리고 세일즈, 인큐베이팅도 같이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WCNA는 K콘텐츠 시리즈를 ‘미나리’ 등을 만든 미국 A24와 논의 중이며, ‘하모니움’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은 후카다 코지 감독 신작을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또한 세계 영화교과서에 실린 일본 거장의 유명 작품 리메이크를 일본 회사와 막바지 협의 중이며, 해외 원작을 바탕으로 K팝그룹 아이돌과 걸그룹 출신 배우를 캐스팅해 아시아 시장 동시 개봉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도에이 출신 유명 프로듀서의 회사와 한국과 일본 공동 투자제작배급 작품도 논의 중이다. 특히 일본시장은 적극적으로 협업이 한창이다. 박태준PD는 “일본은 단순히 한국과 IP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을 넘어 K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배우는 데까지 열심이다”면서 “현장에 일본 회사 사람들이 오면 이 모니터는 왜 있는지, 현장 편집은 어떻게 하는 건지 일일이 메모를 한다”고 전했다. 송대찬PD는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같이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 기회를 빌려 K콘텐츠 시장 확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과 일본, 태국 등 다양한 나라 관계자들을 만나면 K콘텐츠, 한국 프로젝트들을 무척 궁금해 해요.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경기가 어려우면서 K콘텐츠에 대한 투자 등이 많이 줄었죠. 그렇기에 2024년에는 국내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해외에서 하고 마켓에 같이 참여하는 게 주된 목표예요.”이들이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20대 신인감독들의 프로젝트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피칭하는 것이다. 일부 유명감독이 선의로 후배 신인감독을 해외 시장에 연결시켜주고 있지만, 한 사람의 선의에 기댄 작업은 제도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박태준PD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의 기회가 많이 줄었다. 세컨드 찬스를 얻는 건 더욱 어려워졌고”라면서 “K콘텐츠의 미래는 결국 젊은 창작자인 만큼 프로듀서들이 그 길을 열어 제도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흔하지만, 결국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는 법이다. WCNA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2024년은 그 결실을 얻는 원년이 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1.0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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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비하인드] ‘킬링 로맨스’ 날아다니는 타조? 말하는 복어도 있었다..우여곡절 개봉기

이하늬, 이선균, 공명 주연의 영화 ‘킬링 로맨스’가 드디어 빛을 본다. 온갖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오는 14일 마침내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공조’ 1편(2017)을 성공시킨 김성훈 감독은 이듬해 ‘창궐’(2018)을 선보이고, 새로운 영화 준비에 절치부심 했다. 이번엔 제작이었다. 당시 ‘죽여주는 로맨스’라는 가제로 준비하던 ‘킬링 로맨스’는, 죽여준다는 소문과 함께 이걸 어떤 투자사가 돈을 내놓겠느냐는 우려가 같이 나돌았다.‘킬링 로맨스’는 처음부터 B급 코미디 정서가 강했다. 발연기라는 오명 속에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와 결혼과 동시에 은퇴한 여배우 황여래가, 4수생인 자신의 팬클럽 회원 범우의 도움으로 남편을 죽이고 탈출하려한다는 이야기부터 범상치 않았다. 발리우드식 뮤지컬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류의 코미디와 색조도 가득 담겨있었다. 여기에 ‘남자사용설명서’로 B급 코미디 재능을 마음껏 뽐냈던 이원석 감독이 합류했다. 이원석 감독과 김성훈 감독은 미국에서 같이 영화를 공부한 사이. 당시 이원석 감독은 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외모지상주의’ 연출을 준비하다가 그만 제작이 엎어진 상태였다. 김성훈 감독은 ‘킬링 로맨스’ 같은 영화는 이원석 감독 같은 창작자가 만들어야 한다며 제안했고, 결국 김석훈-이원석 라인업으로 탄생했다.◇신박한 B급 영화에 투자사 모두 거절문제는 투자였다. 새로운 영화가 나올 것은 같은데, 이 새로운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였다. 실제로 ‘킬링 로맨스’는 당시 한국의 모든 투자사들에게 거절당했다. 완성본에 등장하듯 날아다니는 타조에, 시나리오 초기에는 말하는 복어도 있었다. 신박한 B급 코미디지만 순 제작비 76억원을 선뜻 투자하겠다는 간 큰 투자사는 없었다. 이때 손을 내민 게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였다. 2016년 ‘밀정’을 시작으로 ‘마녀’ ‘인랑’ ‘브이아이피’ ‘악질경찰’ ‘광대들’ ‘장사리’ 등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한창이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킬링 로맨스’가 갖고 있는 신선한 B급 정서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오히려 캐스팅은 일사천리였다. 황여래 역을 제안받은 이하늬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단숨에 출연을 결정했다. B급 정서 가득한 시나리오에 반해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감독과 제작진을 응원했다. 실제 이하늬는 출연을 오케이한 뒤 투자가 난항을 겪는 6개월 동안 끝까지 작품을 기다렸다. 이하늬는 제작이 결정되자 서울대 선배 김태희의 남편인 비에게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이선균도 설득했다. 이선균은 당시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상태였다. 그야말로 커리어 하이였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이선균이 ‘킬링 로맨스’를, ‘기생충’ 다음 작품으로 선택했다. 출연 제안을 받은 이선균은 마침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려 공항에 가던 중 서울 마포구 합정에 있던 ‘킬링 로맨스’ 제작사를 찾았다. 두 감독에게 설득당한 이선균은 귀국해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출국했다. 그리고 오스카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 출연배우들 주가가 더욱 치솟은 건 당연지사. ‘킬링 로맨스’ 제작진은 축하를 하면서도 ‘출연은 쉽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이선균은 귀국 후 망설임 없이 ‘킬링 로맨스’를 선택했다. 마침 미국에서 이선균과 만난 이하늬가 ‘킬링 로맨스’를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다. 인연은 그렇게 필연이 된다. 4수생 역의 공명은 ‘극한직업’을 같이 한 이하늬 소속사로 막 옮겼던 터라 일사천리였다. 촬영은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였던 2020년 6월 시작해 그해 9월 끝마쳤다. 코로나19 공포가 극심했던 때였지만 촬영은 순조로웠다. ‘스트릿우먼 파이터’로 잘 알려진 모니카가 뮤지컬 안무로 참여해 H.O.T.의 ‘행복’과 ‘여래이즘’의 맞군무라는 어이없지만 흥겨운 장면도 잘 마무리됐다. 문제는 그 뒤였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한국영화사업을 접기로 한 것.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밀정’이 750만명, ‘마녀’가 318만명을 동원한 뒤로는 투자배급한 한국영화가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워너브라더스 본사가 디스커버리와 합병을 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던 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한국영화사업부는 2020년 겨울 해체됐다.이미 제작을 마쳤던 ‘조제’와 ‘내가 죽던 날’은 그 해 개봉했고, 오달수 미투 리스크가 있었던 ‘이웃사촌’은 리틀빅픽쳐스가 배급권을 가져가 역시 그해 개봉했다. 막 촬영을 마친 상태였던 ‘킬링 로맨스’만 허공에 뜬 상태가 되고 말았다.담당자가 없기에 개봉을 추진하려는 의지도 없고, 팬데믹으로 극장 상황이 좋지 않았으니, 더욱 ‘킬링 로맨스’ 공개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엔데믹으로 전환됐어도, 극장에 개봉하는 것 자체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로선 리스크인 상황이었던 터다.◇4월 개봉지원으로 극적 개봉 확정그랬던 차에 극장들이 올해 4월 한국영화 개봉작에 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성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킬링 로맨스’ 배급 대행을 맡아줄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극장들을 오가며 동분서주했다. 당초 관객 1명당 1000원씩 배급사에 지원을 해주겠다던 극장들은 ‘킬링 로맨스’는 규모가 더 큰 만큼 관객 1명당 2000원씩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제작진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를 설득하는 한편 마지막까지 노심초사 끝에 결국 개봉을 성사시켰다. 앞서 극장 개봉 지원을 받기로 한 ‘리바운드’가 4월5일 개봉하기로 해서, ‘킬링 로맨스’는 2주 간격을 두고 4월19일 개봉을 검토했다. 그랬다가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 갑작스럽게 4월 개봉 지원을 신청하면서 4월26일 개봉으로 정리되자 ‘킬링 로맨스’는 고심 끝에 개봉일을 4월14일로 잡았다. 통상적인 수요일 또는 목요일 개봉이 아닌 금요일 개봉을 결정한 것.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개봉 소식을 접한 이하늬, 이선균 등 배우들은 드라마 촬영 등 쉴 틈 없이 바쁜데도 일정을 조정해 영화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하늬는 소속사와 같이 ‘여래이즘’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킬링 로맨스’는 한국관객이 민감하게 여기는 서사의 인과관계, 리얼 베이스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다는 영화다. 일단 타조가 날아다닌다. 발리우드식 뮤지컬은 흥겨움을 주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그렇기에 호불호가 크게 엇갈릴 수도 있다. 대신 이 영화에 동참하려고 마음먹으면 ‘한국영화에 이런 새로운 장르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라며 킬킬 거릴 만하다. 이하늬의 천역덕스러운 코미디와 뮤지컬, 이선균의 능청스러운 위악미, 공명의 멍뭉미는 이 영화에 호든, 불호든, 다 인정할 듯하다. 과연 고생과 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관객과 만나게 된 ‘킬링 로맨스’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줄지, 분명한 건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든 한국영화에 컬트로 남을 것 같다. 신박한 B급 영화라고 극찬하든, 이게 영화냐고 질타하든, 아무튼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것 같다. 영화를 본 관객은 손가락을 요상하게 펼쳐들 것 같다. 관객의 평가가 기다려진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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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신우철 PD·'기생충' 투자사, 장르물로 뭉친다

피비(Phoebe, 임성한) 작가와 원조 스타 PD인 신우철 PD가 신작으로 만난다고 제작사 바른손스튜디오가 16일 전했다. 필명을 바꾼 후 처음 집필한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성공시킨 임성한 작가와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시크릿 가든'의 신우철 PD가 만나 장르물에 도전한다. 여기에 색다른 제작사가 가세해 눈길을 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마더'를 시작으로 '차이나타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7년의 밤' '우상' 등의 제작사이자 '기생충'의 투자사인 바른손의바른손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바른손스튜디오는 "피비 작가와 신우철 PD의 신작 장르 드라마는 바로 제작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2.05.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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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협회 "코로나19로 피해 심각..정부와 공공기간이 나설 때"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의 피해에 정부와 공공기관이 나설 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는 2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한민국 영화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10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며 "이제 정부와 공공기관이 화답해야 한다. 즉각적인 행동으로 한국 영화계의 재난 지원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시 해고되었거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영화인의 고용 지원금을 즉시 지급해야 한다. 2020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영화 발전 기금은 1,01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47억 원이나 증액된 규모입니다. 지금 당장 중점사업의 방향을 긴급구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영화는 관객 없이는 절대로 완성될 수 없다. 지금도 영화는 바이러스를 피해 스스로 격리된 관객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연결하기가 함께 서있어야만 극복될 수 있다. 극장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 공포가 훨씬 위험한 것이다. 관객 여러분께 안전하게 영화 보기 캠페인을 조심스레 제안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하 한국영화감독협회의 성명서 전문. 극장의 불빛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입니다. 대한민국 영화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10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영화관 관객 숫자는 매주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영화 촬영 현장은 멈추거나 세트로 대체되면서 그 피해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입니다.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뿐 아니라, 홍보, 광고, 마케팅과 디자인 등 유관업계의 피해도 심각합니다. 미국의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지난 21일 의회에 영화관에 대한 긴급 구호를 청원했습니다. 그는 "영화 사업은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장비 운영, 티켓 구매, 영화 예약, 광고 판매 및 지역 극장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든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며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의회는 모든 종류의 영향을 받는 사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 대사처럼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답을 찾을 것입니다. 이미 민간의 극장들은 고통 분담을 위해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 중입니다. 대형 극장 체인들은 중소 입점 업체의 임대료를 인하하고 있고, 임대 매장 또는 재임대 매장의 임대료를 최대 35% 인하한 곳도 있습니다. 현장의 제작사들과 투자사들도 대책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이제 정부와 공공기관이 화답해야 합니다. 즉각적인 행동으로 한국 영화계의 재난 지원을 즉시 실행해야 합니다. 우선 일시 해고되었거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영화인의 고용 지원금을 즉시 지급해야 합니다. 2020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영화 발전 기금은 1,015억 원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247억 원이나 증액된 규모입니다. 지금 당장 중점사업의 방향을 긴급구호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 없이는 절대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영화는 바이러스를 피해 스스로 격리된 관객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연결하기가 함께 서있어야만 극복될 수 있습니다. 극장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 공포가 훨씬 위험한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께 안전하게 영화 보기 캠페인을 조심스레 제안 드립니다. 한국영화감독협회도 4월 10일 개최 예정이던 제25회 춘사영화제를 6월로 연기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또한 영화인의 기초생활비 해결을 위한 영화인은행(가칭)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부터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하려고 합니다. 영화는 혼자 서있던 적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는 언제나 서로를 위해 존재했습니다. 올해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고, 앞으로 세계 영화의 중심에서 빛나려고 합니다. 극장은 어두워지고 있고, 앞으로 한동안 그렇게 유지되겠지만 영화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분명히 불은 켜집니다. 지금은 말과 글, 계획과 매뉴얼보다 정부의 직접 지원과 관객들의 관심 있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영화 감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계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 사태가 종식되고 마음의 봄이 오는 그날, 좋은 영화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3.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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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 영평상] "탐났던 상" 봉준호 '기생충' 3관왕→'벌새' 5관왕 싹쓸이(종합)

날카로운 비평으로 수 많은 영화인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하지만 그 저변에는 분명한 애정이 깔려있는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작품과 감독,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이다. 13일 서울 중구 KG타워 지하1층 하모니홀에서는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에 발표된 수상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평론가들이 택한 최우수작품상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걸작 반열에 오른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다.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하고 영평 10선에 꼽히는 등 이변없이 메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기생충'은 언제나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이다.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국내 1000만 돌파, 해외 영화제 투어에 이어 지난 달 11일 개봉을 시작으로 북미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한 '기생충'은 현재 외신들의 뜨거운 반응 속 글로벌 수익 1억 달러 돌파와 함께 내년 2월 개최될 제92회 아카데이시상식 노미네이트 및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너무나 받고 싶은 상이었다"고 운을 뗀 봉준호 감독은 "매년 작품을 발표하는 해 가을, 10월 쯤이 되면 '영평상 발표 안났나' 이런저런 기사를 계속 본다. 그만큼 탐나는 상이다"며 "김새벽 배우가 '칭찬받고 싶었다 말했는데, 이렇게 칭찬받기 어려운 분들께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평론들을 보면서 칼로 베이는 느낌을 받는데, 또 상을 받으면 달콤하게 상처가 아물어진다. 감독이 된지 올해 20년차가 됐다. 느리고 게으른 나머지 20년간 7편의 영화를 냈는데, 그 중 3편으로 영평상 감독상을 받은 것을 보면 성공적이지 않나 자평해본다"며 미소 지었다. 또 "감독상은 이름이 감독상이지만 어떻게 보면 감독을 제외한 모든 분들께 주는 상이 아닐까 싶다. 같이 작업한 훌륭한 배우, 아티스트들, 제작사, 투자사 팀이 움직이지 않으면 완성되기 불가능하다. 감독이라는 존재는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도 하다. 감사하게 받겠다"고 진심을 표했다. 최다 수상작은 5관왕을 차지한 '벌새(김보라 감독)'다. '벌새'는 신인감독상과 여우조연상 김새벽, 신인여우상 박지후,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독립영화지원상에 이름을 올렸고, 역시 영평 10선에도 선정되면서 올해 최고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이자 2019년, 모든 게 궁금한 영화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34관왕을 수상하며 전세계 트로피를 수집 중이다. "'벌새'를 함께 만들어주신 배우, 스태프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한 김보라 감독은 "'벌새'에게 계속해서 주어지는 상들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다. 영화를 사랑하는데도 오랜시간 하지 못했고, 이 영화를 만든 기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포기하지 말고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공간을 열어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보라 감독은 "'벌새'는 내 온 마음을 다해 만든 영화인데, 그것이 관객들에게까지 닿았다는 것이 정말 기적같이 느껴졌다"며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인데 그런 해 감사한 상들을 받게 돼 더 감사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우주연상은 '증인(이한 감독)'의 김향기, 남우주연상은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 신하균이 차지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신하균은 "영광스러운 자리에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이 상을 혼자 받아도 될까 싶다. 촬영하면서 한 몸처럼 지냈던 나의 특별한 동료 이광수와 함께 나누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고 이광수를 특별히 언급했다. 이와 함께 신하균은"촬영하면서 오랜만에 많이 의지할 수 있었던 육상효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과는 20대 때부터 함께 했는데 이제 내가 40대가 됐다. 앞으로도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향기는 "'증인'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모두 몸과 마음 다 건강한 새해 맞이하시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여우조연상은 '벌새' 김새벽, 남우조연상은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진선규가 받았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올 1월 개봉해 누적관객수 16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2위에 올랐다. 이날 스케줄로 인해 현장엔 불참한 진선규는 영상을 통해 "이 기쁨을 현장에서 느껴야 하는데 피치 못하게 불참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먼저 꺼낸 후 "올해 초 '극한직업'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초심 잃지 않고 좋은 연기로, 좋은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새벽은 "상을 받으러 오는 자리라 소감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감사한 사람이 떠오르더라 '벌새'라는 아름다운 영화에서 영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기꺼이 맡겨주신 김보라 감독님, 나를 바라봐주고 마음을 내어준 박지후 양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 하겠다'고 마음 먹은지 10년이 됐는데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솔직히 칭찬 받고 싶었다. 스스로 해야 하는데 안되다 보니 뭔가 증명해내야 할 것 같았고, 그래야 다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즐겁게 연기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 상은 저에게 주는 응원이라고 생각하겠다.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인여우상은 '벌새' 박지후, 신인남우상은 '배심원들(홍승완 감독)' 박형식이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트로피를 끌어 안았다.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심원들'로 상업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박형식은 현재 군 복무 중으로 이날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제작사 대표를 통해 수상 소감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녕하십니까. 신인배우 박형식입니다. 영예로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부대에서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신인남우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소중한 입봉작에 8번 배심원으로 캐스팅 해주신 홍승완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배심원들'을 제작해 주신 제작사 대표님께도 감사합니다. 촬영기간 내내 행복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복에 겨운 첫 영화 촬영이었는데, 신인상까지 받게 돼 군 복무 미친듯이 행복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중한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부모님,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기뻐하겠습니다. 추워진 날씨 건강하시고,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충성!" 박지후는 "'벌새'를 만난 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기적같다"며 "보시다시피 아주 많이 떨리고 긴장도 되는데, 이끌어 주신 김보라 감독님과, 은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 영지 선생님 김새벽 선배님과 함께 있어 든든하다.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스태프들과 무한한 사랑 보내주신 벌새단 분들께도 감사하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연기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제39회 영평상 시상자(작)최우수작품상: '기생충'((주)바른손이앤에이) 감독상: 봉준호('기생충') 여우주연상: 김향기('증인') 남우주연상: 신하균('나의 특별한 형제') 여우조연상: 김새벽('벌새') 남우조연상: 진선규('극한직업') 신인감독상: 김보라('벌새') 신인여우상: 박지후('벌새') 신인남우상: 박형식('배심원들') 각본상: 육상효('나의 특별한 형제')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김보라('벌새') 촬영상: 홍경표('기생충') 음악상: 김준석('스윙키즈') 기술상: 박일현('스윙키즈') 독립영화지원상: 강상우/김보라 감독 신인평론상: 수상자 無공로영화인상: 엄앵란영평 10선(가나다 순) '강변호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극한직업' '기생충' '김군' '미성년' '벌새' '생일' '엑시트' '완벽한 타인'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11.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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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송-강-하-이' 없으면 영화 못 만드나

충무로의 시나리오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 송강호·강동원·하정우·이병헌, 이른바 'A급' 주연배우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쉽사리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배우가 설 곳을 잃었다는 최근 충무로에서 남자배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대로 이름을 알렸고, 한류스타라 불리더라도 제대로 된 영화 시나리오를 받기 힘들다. 극소수 'A급' 배우들이 거절한 시나리오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데다, 이들과 출연료가 현저히 차이난다. 출연을 결정한다해도 투자가 잘 들어오지 않아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극장에 영화를 걸기까지 오랜 시간 높은 산 몇 개를 넘어야만 하는 셈이다. 반면, 송강호·강동원·하정우·이병헌은 일년 내내 작품 대기 중이다. 지난해 '밀정(김지운 감독)', 올해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을 선보인 송강호는 차기작이 무려 세 편이나 결정돼 있다. '마약왕(우민호 감독)'은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이어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촬영에 들어간다. 잠시 제작이 중단됐던 '제5열(원신연 감독)'도 내년 상반기 다시 크랭크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최소 내후년까지는 송강호의 영화가 줄줄이 극장에 걸린다. 마찬가지로 강동원은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1987(장준환 감독)'·'인랑(김지운 감독)'으로 이미 촬영을 마쳤거나 촬영 중이며, 하정우는 '1987'·'신과 함께(김용화 감독)'·'PMC(김병우 감독)'로 끊임없이 관객을 찾아온다. 이병헌은 추석 연휴 개봉하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과 최근 크랭크인한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이 남아있다. 모든 영화가 이들 네 배우, '송-강-하-이'를 캐스팅할 순 없다. 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작품은 차선책으로 다른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넨다. 문제는 투자다. '송강하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 힘들다. 때문에 한 영화를 크랭크인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름이 잘 알려지고 연기력도 인정받은 배우 B지만 막상 캐스팅하니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사로부터 'B로는 안 된다'는 말만 돌아온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더 거센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급' 배우들과 차별 때문에 영화를 포기하고 드라마만 출연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한류스타로 이름을 날린 배우 C의 관계자는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가 높아 드라마 캐스팅 제안은 많이 들어온다. 유독 영화판에서는 찬밥 신세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받아보기 힘들다"며 "'A급' 밑으로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출연료도 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작은 영화에만 얼굴을 비칠 순 없어 영화 출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캐스팅 시장 독과점은 올바른 현상이 아니다. 일부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들에게만 관심이 쏠리면 피해자는 결국 관객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모두가 'A급' 배우들에게만 매달린다면, 중간급 배우들에겐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종국엔 영화의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 2017.09.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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